[1463회] 영양제를 믿으십니까 방송일시 : 2026년 7월 3일 금요일 밤 10시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표한 수치다.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건강기능식품, 이른바 영양제 구매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영양제는 일상의 필수품목이 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면서 영양제 효능에 대한 과장은 물론 허위 광고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의사가 광고에 등장하고, 대형 제약회사들까지 영양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효능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에서, 영양제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불안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영양제 업체들, 《추적60분》은 먹는 알부민 논란을 통해 촉발된, 영양제 시장의 무분별한 허위 과장 광고의 실태를 취재했다. ■ 의사와 대형 제약회사가 광고하는 일반식품에 속다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끈 ‘먹는 알부민’. 암 완치 후 건강 관리를 신경 쓰는 김윤수(가명) 씨도 신문 광고를 보고 먹는 알부민을 구매했지만, 실제 건강검진 결과 알부민 수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김 씨가 구매한 알부민은 왜 효과가 없었던 걸까. 보통 혈액에서 추출한 알부민은 간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전문 의약품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파는 알부민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혈청 알부민’과는 완전히 다른 성분이다. 영양제의 형태로 판매되는 알부민은 ‘난백 알부민’ 즉, 계란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계란과 같은 단백질 성분을 2~30배나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고 있었던 것. 서울대학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난백 알부민 영양제 판매를 두고 “이건 지나지다는 표현보다 선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지난 4월, 피로 회복을 내세운 알부민 판매 광고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단속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먹는 알부민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 계란 단백질과 같은 난백 알부민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은 난백 알부민 광고에 의사가 직접 출연하는 것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의사가 난백 알부민을 판매하는 홈쇼핑에 등장해 혈청 알부민을 설명해 소비자를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잘못된 정보들을 의사 가운의 권위에 기대서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오용이고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알부민을 판매하는 것도 알부민 시장이 커진 또 다른 이유다. 소비자들은 제약회사가 제조, 판매하기 때문에, ‘난백 알부민’을 전문 의약품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들을 의사 가운의 권위에 기대서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오용이고 도전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장 광고 영양제 소비 연령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 사회생활에 지친 청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 등 타깃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이유다. 기능과 효과를 강조하는 영양제 광고와 이를 믿고 고가의 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 하지만 영양제 업체들이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에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주장이 이어진다. 국내 영양제 마케팅은 태평양 건너 미국 유수의 대학들을 내세우기도 한다. 한 ‘미국산’ 키 크는 영양제 시장에서 일했다는 제보자가 《추적60분》을 찾았다. 그는 업체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소를 꾸며 ‘미국 프리미엄 영양제’로 마케팅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해왔다. 특히 존스 홉킨스 등 미국 유명 대학이 연구에 참여했다는 광고가 거짓이며, 영양제 성분 구성 역시 한국 회사의 팀원들이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제보자의 말은 사실일까. 《추적60분》은 제보자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현지 취재에 나선다. “다 거짓말. 무형의 연구소와 다 없는 것들을 짜낸 것이죠… 저희 내부적으로, 마케팅으로 만든 거고요” -영양제 제작 업체 전 관계자 ■ 제품의 기능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현실 영양제에도 유행이 있다. 한때 ‘효소 제품’들이 중년의 식탁을 휩쓸었다. 글루코사민, 유산균, 루테인, 알부민 등 시기별로 소비자에게 ‘먹히는’ 영양제들은 키워드가 있다. 영양제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유행에 맞춰 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일까. 《추적60분》 제작진을 찾은 영양제 유통업체 관계자는 ‘키워드’ 위주의 제품 기획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SNS상 유행하는 키워드를 선별해 그에 맞는 제품을 기획한다는 것. 제품 기획부터 판매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개월. 그는 영양제 기획, 개발이 사실상 주문 제작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OEM 구조가 정착하며, 제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공장을 찾는 것이 판매사 개발 업무의 전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쉬운 주문 과정 덕분에 유통되는 제품 가짓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비슷비슷한 제품을 팔기 위한 과잉 경쟁은 SNS 속 난립하는 과장 광고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제조사와 유통, 판매사가 분리된 현재 영양제 시장 구조가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특히 OEM 구조는 일반적인 사업 방식이지만, ‘약’과 ‘건강’을 기대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특성상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 후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사의 책임 있는 대응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여러 단계로 나뉜 구조 속 책임 소재가 분산돼 소비자 피해 구조가 어려워진다. “소비자는 제약사처럼 한 회사가 책임지는 약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여러 단계로 흩어진 구조라서 피해 구제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케팅 전문가 장문정 ■ 일상이 된 영양제 2026년의 우리는 왜 영양제를 먹고 있을까. 헬스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최재영 씨. 하루 12시간 넘게 헬스장에서 일하는 그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하루에 겨우 4시간의 잠을 잔다. 원인 모를 두드러기를 앓고 난 이후, 그는 ‘영양제 마니아’가 됐다. 매일 하루 10개 이상의 영양제를 챙겨 먹는 재영 씨. 재영 씨는 “줄여보려고 해도 하루라도 빼먹으면 찝찝하다”라고 말한다. 대학원생인 김택수 씨도 비슷한 사정이다. 일주일에 2번 서울에서 대학원 수업을 듣고, 3일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 업무를 진행한다. 하루에 하나씩, 졸업을 위해 홍삼을 먹는다는 택수 씨도 ‘내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는’ 현실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영양제를 삼킨다. 6조 원 규모의 영양제 시장에는 이처럼 일도, 운동도, 공부도 잘 해내야만 하는 한국인의 현실이 녹아있다. 제작진이 만난 의료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영양제 의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영양제의 효과가 사람들의 기대보다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상 수준이 낮고, 근거의 질이 떨어지는 영양제의 효과에 비해, 영양제 소비자들의 영양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영양제 소비를 부르는 원인이 ‘영양제의 효과’가 아닌, ‘사회적 불안’이 아닌지에 대해 자문해 보아야 한다는 전문가들. 특히 책 ‘건강구독사회’의 저자 정재훈 약사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쉬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아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일, 놀이, 여가를 즐기고 싶은데 쉬고 싶진 않은 욕구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6조 원 규모로 성장한 영양제 시장. 시장의 성장 이면에서 발견되는 소비자 기만에 대해 다루는 《추적60분》 1463회 「영양제를 믿으십니까」 편은 2026년 7월 3일 금요일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영한다.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Since 1983,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 상식의 눈으로 진실을 추적한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1 《추적60분》 ✔ 제보 : 010-4828-0203 / 추적60분 홈페이지 / betterkbs@gmail.com ▶홈페이지 : https://program.kbs.co.kr/2tv/culture/chu60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fxgiyx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