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 왠지 조금은 울적해 지는 순간이다. 한 해의 황혼을 맞이하면서 인생의 황혼을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맞이하는 이번 겨울은 무척 차갑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노숙인들이 늘어나고, 가난한 서민들의 아픔을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다. 차가운 겨울 속에 봄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을 품는 것은 봄을 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이번 겨울은 너무 차가운 겨울이어서 품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시리다. 새로운 한 해가 오면 또 한 살의 나이를 먹게 된다. 나는 스물 여덟의 젊은 나이에 목사가 되었다. 그 날 이후로 나의 소원 중에 하나는 ‘어린 종,’ ‘젊은 종’이란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얼굴마저 동안인 나는 어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 먹는 것이 소원이었고, 소박한 꿈이었다. 신학교에 다닐 적에 누군가가 내게 와서 나이를 물을 때면,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해, 각종 지혜를 짜내기에 분주했었다. 그토록 나이 먹기를 소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이제 나도 제법 나이를 먹게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말한다. 흰머리가 많아져서 얼마 전부터 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난 좋다. 나의 경우이긴 하지만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날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도 같은 실수를 범할 때도 많이 있지만 젊은 날은 생각이 어리석었고, 실수도 많았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좋다. 청년의 때에 날카로웠던 나의 성품이 많이 온유해졌다.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고 관용하게 되었다. 인생을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안목이 생겼다. 인생에는 사계절이 있다. 자연에는 흐름이 있고 리듬이 있다. 흐름을 막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 때는 들어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나이 든 어른들을 만날 때 지혜를 배운다. 삶의 원숙함을 배운다. 덕을 배운다. 모든 것을 품고 변화시키는 넓은 품을 배운다. 비록 힘은 옛날 같지 않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인생을 이해하는 삶의 통찰력을 배운다. 나는 노년에도 꿈을 꾸는 사람을 보면 경외감을 갖는다. 노년에도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꿈꾸는 자는 결코 늙지 않는다. 그는 영원한 청춘이다. 아브라함도 75세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아브라함의 100세에 90세 된 사라와 더불어 이삭을 낳았다. 갈렙은 85세의 나이에 ‘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외쳤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어른들이여 알폰스 디켄의 말을 기억하라. “노년은 주눅 드는 기간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이 성숙되고 깊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황금의 기회다.” 그래서 나는 노년에도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